마지막 글을 쓴 지 두 달여 만에 오랜만에 다시 블로그에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난 한 달은 정신없이 지나갔기도 했지만 스트레스가 많았다.
새집을 먼저 구매하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새로운 집을 구매해서 곧 이사할 예정이다. 사실 올해 모기지 이자율이 예전보다 많이 올라 부담스럽기도 해서 당장 집을 살 생각은 아니었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어 혹시라도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크고 시세보다 좋은 가격에 집을 사게 된다면 이사를 갈 거라고만 막연히 생각했다.
사실 올해 초부터 가끔 시간이 날때 마다 집을 보러 다니긴 했다. 평소에 캐나다의 유명한 부동산 앱 (House Sigma)으로 틈틈이 주변 동네에 나온 매물들과 팔린 가격들을 관찰하다가 마음에 드는 집이 좋은 가격에 나올 때만 리얼터를 통해서 한 번씩 보러 가곤 했지만 원하는 동네가 학군이 좋고 수요가 많아서 그런지 예전보단 집값이 많이 내려가는 추세였지만 여전히 가격이 높았다.
그렇게 몇번정도 살만한 집이 나오면 가격을 시세보다 약간 낮게 오퍼를 써서 넣어보았지만 셀러들은 원하는 가격이 집 상태에 비해 대체로 높아서인지 성사되지 않았다.
그렇게 올해는 집 사는 건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하려던 순간 보고 있던 지역 중에 괜찮은 집이 하나 올라와서 재택근무 하는 날 점심시간에 집을 보러 갔다. 집 안의 상태는 오래돼 보였지만 현재 집주인이 처음부터 쭉 살던 사람이라 그런지 관리가 꼼꼼히 아주 잘 되어있었다. 집 구조도 마침 우리가 원하던 구조에 부합하고 가격도 적당해서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바로 오퍼를 쓰고 큰 기대를 안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미 그 집은 주말에 오픈하우스도 예정이 되어있어서 분명히 다른 사람들도 마음에 들어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녁에 우리 리얼터가 오랫동안 이야기 한 결과 셀러쪽에서 우리가 오퍼 넣은 가격은 괜찮은데 클로징 날짜를 한 달 뒤로 해줄 수 있는지 물어봤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을 팔아야만 하기에 불가능한 조건이라고 판단해서 최소 90일은 해달라고 해서 오퍼를 보냈다. (보통 클로징 날짜는 30/60/90일 단위로 많이 잡는다). 그래서 집이 올라온 당일이고 셀러도 급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마음속으로는 아쉽지만 포기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다음날이 되고 일상을 보내고 있었는데 리얼터에게 다음날 낮에 갑자기 전화가 왔다. 축하한다고 셀러가 오퍼를 수락했다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셀러가 나이가 많으신 노부부였는데 리스크를 원하지 않는다고 원하는 가격에 팔기로 했다고 한다. 심지어 그날 오픈하우스를 하기로 한 바로 불과 몇시간 전에 고민끝에 극적으로 결정을 한듯 하다.
최악의 부동산 시장에서 집 팔기
그래서 일단 주사위는 던져졌고 시간은 이제 더이상 우리 편이 아니었다. 일단 집을 어떻게든 그전에 팔아야만 새 집을 클로징을 할 수 있기에 최대한 집을 빠르게 또 좋은 가격에 팔아야 했다. 하지만 지금 부동산 시장이 최악이다. 콘도 매물은 계속 쌓이고 있고 전체 주택 판매가격도 떨어지는 데다가 거래량이 매우 적었다. 그 덕분에 우리도 시세보다 좋은 가격에 원하는 집을 사긴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일단은 현재 집에 있는 짐을 최대한 빨리 다 비우고 페인트 칠과 스테이징을 할 준비를 해야 했다. 사실 이런 것들은 선택이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는 집이 완벽해 보이지 않으면 구매자들은 어떻게든 흠을 잡아서 싸게 사려고만 하지 심각하게 사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 둘을 키우며 맞벌이를 하기에 짐을 옮기는건 퇴근 후 저녁에만 가능했다. 거의 일주일은 저녁에 박스에 짐을 싸서 가라지에 짐을 다 최대한 넣는 것을 반복했다. 그렇게 올해 추수감사절(Thanksgiving)을 짐정리와 집 청소로 보냈다.
짐을 빼고 나선 임시로 숙소를 구해서 당장 몇달이 걸릴지 모르기에 최대 두세 달까지 지낼 짐을 싸서 이사를 갔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일주일 만에 다 했는지 믿기지 않는다.
그렇게 짐을 거의 다 빼고 난뒤 그다음 일주일간 페인트 업체를 불러 페인트칠을 하고 틈틈이 가서 잔 고장 난 것들도 고치고 청소도 하고 보수했다. 얼마 뒤에 드디어 집을 리스팅 했고 쇼잉은 틈틈이 예약이 들어왔다. 오픈하우스도 2주에 걸쳐서 주말에 했다. 그 기간이 사실 제일 초조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사실상 우리가 할 수 있는 없지만 혹시라도 마음에 드는 오퍼가 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렇게 약 2주 뒤에 오퍼를 받는 날이 되었다. 이날 저녁까지도 리얼터에게 아무런 이야기가 없어서 아무도 관심이 없나 생각이 들어서 크게 기대를 안 하고 있었다. 그러던 저녁에 리얼터에게 연락이 와서 오퍼가 몇 개 들어왔는데 심각한 구매자는 한 두 팀 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가격은 우리가 원하는 가격보다 약간 낮았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던 중에 얼마 후 리얼터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감사하게도 원하는 가격에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와서 그중에 가장 조건이 맞는 구매자와 최종 계약을 무사히 했다.
그렇게 지금은 다시 원래 집으로 무사히 돌아와서 지내고 있고 또 얼마 뒤에 새집으로 갈 이사 준비를 해야 한다. 결과적으로는 내 인생 최대 도박은 잘 끝났지만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을 해봤다. 만약 누군가 집을 먼저 사고 판다고 하면 부동산 시장이 2022년과 같이 좋을 때가 아닌 이상 절대 추천하지 않고 싶다. 물론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긴 하지만 한번 경험한 걸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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