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캐나다에서 회사생활을 한지 어느덧 8년이 지나서 시니어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중이다. 처음 캐나다에서 컬리지를 졸업하고 인턴/코업으로 시작해서 현재 시니어 개발자로 일하는 동안에 여러 번의 프로모션(승진)을 경험해 봤고 현재 회사에서는 시니어 개발자 레벨에 가장 마지막에 있는 직급에서 일을 하고 있다.
IT회사의 직급 체계
보통 회사마다 체계가 모두 다르고 일반적인 연차에 따른 직급을 나누는 게 다양하다. 보통 빅테크 IT회사들은 SW 엔지니어 1,2,3 식으로 넘버링을 하고 그다음 Senior 엔지니어 1,2, Principal 엔지니어 혹은 Staff 엔지니어 등 회사마다 천차만별이고 같은 타이틀에서도 몇 개의 넘버를 붙이는지도 회사마다 제각각이다.
그래서 직급 체계를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보통 크게 보면 Junior -> Middle -> Senior 순으로 나뉘고 그 위의 직급부터는 Staff, Principal 등의 타이틀로 가게 된다. 대부분의 개발자 (SW엔지니어)는 은퇴할 때까지 시니어 타이틀로만 일하다가 끝나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 위의 단계부터는 흔히 말하는 매니저 혹은 디렉터 레벨로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어렵기도 하고 본인이 욕심이 없지 않은 이상 매니저도 굳이 승진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Senior 직급을 터미널 레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현재 우리 회사에서도 내 직급의 바로 위의 레벨이 Principal SW 엔지니어 (PSE) 혹은 Engineering 매니저 (EM)로 올라가는 직급이라 리더십레벨로 분류된다.
시니어 개발자 이후는 보통 개발자 트랙이냐 매니저 트랙이냐를 선택해서 개발자 트랙을 원하는 사람은 흔히 이야기하는 SW 아키텍트 혹은 Distinguished Engineer을 최종 목표로 하기도 한다.
그리고 매니저 트랙을 선택하면 시니어 EM, 디렉터, VP 등 목표로 올라가게 된다.
사실 둘의 직급은 공통점이 많다. 왜냐하면 둘 다 리더십 레벨이기 때문에 결국 팀을 이끌어야 하고 팀원들에게 큰 방향과 가이드를 제시해야 한다. 물론 둘 다 기술적으로도 팀에서 하는 모든 부분을 굉장히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차이점을 보면 좀 더 기술적으로 이해도가 큰 사람은 역시나 개발자 트랙을 선택한 쪽이다. 아무래도 계속 코딩도 하고 기술적으로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어야 팀을 이끌고 답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매니저 트랙은 조금 더 큰 그림이나 일의 우선순위나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는 역할이 많다.
승진에 대한 생각
나도 주니어 개발자로 시작하고 나서는 엄청 승진을 빨리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빨리 시니어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고 그 위 직급도 실력을 잘 쌓으면 언젠가는 할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주니어부터 시니어까지는 특별히 소질이 없지 않으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평가만 나쁘지 않으면 웬만하면 다 승진할 수 있다. 걸리는 시간은 개개인별/회사별로 다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시니어 개발자가 된 후에 그 위에 레벨사람들과 일을 하면서 승진에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다. 그 이상의 레벨부터는 회사에서 기대하는 정도가 일반 개발자와는 다르다는 점이 가장 큰 것 같다. 그전 레벨까지는 그냥 나에게 주어진 일만 시키는 것만 잘해도 큰 문제없이 평가도 잘 받고 크게 스트레스도 없지만 리더십 레벨부터는 회사에서 하는 일을 내 개인적인 일처럼 여기고 좀 더 능동적이고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어떻게든 목표를 잘 마무리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러려면 당연히 회사에 자신의 실력이나 역량 잘 보여야 하고 시간을 더 많이 쏟아야 하는 게 사실이다. 이 레벨부터는 워라밸이나 추구하면서 그저 주어진 태스크만 하는 단계는 이제 끝난다. 문제에 대한 답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큰 그림을 가지고 회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문제를 바라봐야 하는 시각이 필요한 위치인 것 같다.
우리 팀 매니저나 이 레벨에 있는 개발자 동료들을 보면 항상 수많은 미팅에 참여하고 코딩 이외에도 신경 쓰거나 처리해야 할 업무가 상당히 많아 보인다. 그리고 모든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 답변을 할수 있어야하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기술적인 부분을 책임져야 한다. 가끔은 늦은 시간에도 급한 문제가 생기면 뛰어들어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에 주어진 태스크는 다 깔끔하게 처리해 내는 게 가끔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스스로 가끔 내가 저 위치에 올라가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지금의 여유나 편안함을 포기하고 내가 저 위치로 올라가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물론 직급이 올라가면 돈도 더 많이 받겠지만 당장 승진을 서두르거나 욕심 내고 싶은 생각은 아직 업다. 지금은 맞벌이 하면서 육아에 너무 할애하는 시간이 많아 조금 여유가 생기면 한번쯤은 승진에 도전해보고 싶다.
'캐나다 개발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근 캐나다 이민법 변화와 한국에서 캐나다 개발자로 취업 방법 업데이트 (2024. 11) (4) | 2024.11.24 |
---|---|
또 근황 이야기 - 인생 최대 도박 후기 (0) | 2024.11.23 |
[캐나다 개발자] 전 직장의 레이오프 (Layoffs) 소식 (0) | 2024.08.26 |
오랜만에 근황이야기 (feat. 세컨 카 구입) (0) | 2024.08.14 |
[캐나다 개발자] 연말 근황과 와이프의 복직 (1) | 2023.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