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개발자 이야기

미국과 캐나다 중에 어디로 가는게 나을까요?

Since2015 2024. 12. 8. 06:23

한국에서 북미 취업을 희망하시는 분들의 질문들을 보면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중 하나이다. 당연히 정답은 없고 본인의 상황과 여건, 그리고 그 나라의 이민 정책, 본인의 가치관 등 여러 가지 요소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나는 캐나다에서만 10년 가까이 살고 있고 7년 넘게 일하고 있지만 미국에서 일한 경험이 없다. 하지만 이전 직장과 현재 회사가 모두 미국회사이기에 사실상 캐나다에 있지만 미국 사람들과 직간접 적으로 일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의 이러한 경험과 듣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각 요소에 대해 미국과 캐나다로 이민하는 장단점을 비교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본인은 이민 전문가가 아니므로 일부 내용은 틀릴 수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 이민에 관련된 질문은 전문가에게 상담하기를 바란다.
 

비자/신분 문제

아시다시피 미국은 취업비자 발급이 엄청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 세계의 모든 인재들이 가고 싶어 하는 나라이기도하고 애플, 구글, 아마존 등 세계 최고의 빅테크 기업들이 모여있기에 당연하다고 본다. 하지만 미국은 캐나다에 비해 이민자에 대해 캐나다만큼 우호적이지 않아 취업비자 발급에 있어 상당히 제한적이고 발급받더라도 그 비자를 유지하고 영주권까지 취득하기엔 캐나다에 비해 상당히 어려운 길을 걸어야 한다. 일명 많이들 받는 H1B 비자라고 불리는 취업비자만 봐도 매년 신청자들 중에 랜덤으로 추첨하는 방식이고, 정해져 있는 발급 개수가 있으므로 경쟁률이 엄청나게 치열하기에 매년 지원한다고 해도 내가 끝내 취업비자를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그리고 그 취업비자를 받더라도 중간에 회사에서 해고되거나 레이오프가 되는 경우에 Grace period (60일) 안에 다른 회사에 취업을 하지 못하게 되면 짐을 싸서 미국을 바로 떠나야 한다. 그래서 미국 영주권은 실제로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물론 우수한 연구업적이 있는 고학력자(석박사 이상)의 경우는 EB1, EB2-NIW 등 취업과 별개로 영주권을 상대적으로 쉽게 획득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긴 하지만 이에 해당하는 사람은 많이 없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영주권 진행도 일명 문호라는 것에 따라 많이 타임라인이 많이 좌우될 수 있고 이민정책에 따라 한순간에 중단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에 비해 캐나다는 취업비자 발급이 용이한 편이다. 현재는 이민 정책이 안좋아지기에 예전보단 어려워졌지만 2년 제이상 학교 졸업 후 받을 수 있는 PGWP나 워킹홀리데이, LMIA를 통한 취업비자는 미국의 취업비자에 비하면 취득하기 훨씬 쉽다. 그리고 PGWP나 워킹홀리데이와 같은 Open work permit이라면 내가 당장 취업을 하지 못하더라도 비자에 명시된 기간 동안 캐나다에서 합법적으로 사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다만 최근에 이민정책이 다시 폐쇄적으로 변하면서 향후 몇 년간은 캐나다에서도 영주권을 따기가 예전에 비하면 쉽진 않아 진 게 사실이다. 이번에 LMIA 추가 가산점도 없앤다는 말도 있고, Express Entry 커트라인도 요즘 매우 높아져서 영주권 취득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래도 처음에 비자만 잘 받아서 온다면 정해진 기간 동안엔 다른 주정부 이민 방법을 찾아보거나 배우자 동반비자 등 차선책을 세우기가 용이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유학/취업 커리어

미국과 캐나다 모두 비자/신분이 해결 되었다고 가정하면 커리어나 연봉 기회의 측면에선 미국이 낫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2024 세계  학교 랭킹만 봐도 Top 100개 학교 안에 미국학교가 대부분이다. 물론 학비가 비싸기는 하지만 네임밸류나 나중의 네트워킹을 생각하면 미국 유학이 본인의 커리어에 있어선 메리트가 있다고 본다. 캐나다에도 유명한 UofT, UBC, Waterloo와 같은 유명한 대학교는 있지만 실제로 이 학교 학생들조차도 졸업하고 커리어를 위해 미국으로 결국 건너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
 

https://www.usnews.com/education/best-global-universities/search

 
사실 캐나다는 빅테크 회사라고 할만한 IT회사가 거의 없다. 예전에는 BlackBerry가 대표적인 캐나다의 IT회였지만 현재는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 그래서 캐나다 내에서 개발자로 일하면서 연봉을 높게 받는 방법은 결국 캐나다 내의 미국 빅테크 회사에 취업하는 것이다. 캐나다 회사들 중 스타트업이나 몇몇 잘 나가는 회사를 제외하고는 RSU(주식)을 지급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되고 TC (Total Compensation) 자체가 미국 빅테크 회사와 비교하면 실제로 차이가 많이 난다. 자세한 연봉을 알고 싶다면 levels.fyi에서 캐나다 도시 내의 연봉을 살펴보면 대략 어느 수준으로 연봉을 받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올라오는 잡 포스팅들만 비교해 봐도 미국 전역 도시들에 있는 IT회사의 수가 절대적으로 워낙많고 다양하기 많기에 취업과 이직하기도 좋다. 그래서 커리어 측면에서는 사실 미국의 압승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의 캐나다는 토론토/밴쿠버/몬트리올과 같은 대도시를 제외하면 IT회사가 많지 않아 잡을 구하기가 제한적이고 그러기에 그 도시들의 집값/생활비가 연봉대비 매우 높이 형성되어 있다. 아래 자료에서 보듯 캐나다 밴쿠버/토론토/몬트리올에서 집값이 평균 소득대비 말도 안 되게 높다.
 

https://www.reddit.com/r/canadahousing/comments/1h53ly9/home_affordability_in_25_largest_cities_in_the_us/#lightbox

 

캐나다로 오는 이유

위의 두가지 측면에서는 신분과 자금에서 여유가 있다면 캐나다보다 미국을 가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캐나다로 오는 여전히 유학생 매년 많아서 정부에서도 이젠 정책적으로도 이민자를 줄여서 받는 것을 목표로 하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다음이라고 생각한다.
1) 미국보다 낮은 진입장벽
2) 무상의료와 복지
 

1) 미국보다 낮은 진입장벽

이것은 특히나 인도/중국인들이 많이 오는 이유 중에 하나이다. 미국은 영주권을 신청할 때 출생국가에 따라 쿼터가 다르기에 프로세싱 차이가 엄청 차이가 난다고 한다. 예를 들면 인도나 중국인들은 인구가 많다 보니 미국을 오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인도나 중국 출신은 미국 영주권을 따려면 10년 이상 소요되는 것이 기본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차선으로 비자 발급이 쉬운 캐나다를 선택하고 끝내 캐나다에서 정착하는 경우가 많다. 또 미국에서 일하다가 취업비자를 해결하지 못해서 캐나다로 건너와 영주권, 시민권까지 따고 다시 TN비자로 미국에 가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들었다.
 

2) 무상의료와 복지

캐나다가 전반적인 세율은 높지만 무상의료가 있어서 의료민영화인 미국보다는 부담이 덜 하다는 장점은 있다. 다만 의료 수준은 한국에 비해 크게 기대할 만한 수준이라곤 할 수 없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부담이 적다는 뜻이다. 미국은 병원비 때문에 파산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사보험이 있어도 병원비가 부담이 된다고 한다. 오죽하면 병원비도 경우에 따라 추후에 협상을 해서 깎아야 한다고 한다. 이는 곧 캐나다가 기본복지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저소득 계층이나 노인은 나라에서 받는 기본 혜택이 많이 있다. 추가적인 의료 (치과 등)도 커버되고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면면 대학 등록금도 지원받을 수 있다. 자녀 수와 본인의 인컴에 따라 Child Care Benefit도 받는다. 또 임신이나 출산하면 Materity/Parental Leave를 사용하는 것이 법적으로 보장되고 그 기간 동안 회사와 별개로 나라에서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이 있다. (다만 본인이 EI납부 최소기간을 충족하고 본인의 인컴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다르긴 하다.) 그리고 캐나다에서는 실직 시 나라에서 일정 기간 동안 실업수당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몇 년 전부터는 데이케어 비용도 정부에서 기관에 보조해서 데이케어 비용도 매우 저렴해졌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캐나다가 확실히 혜택은 많은 듯하다.
 
하지만 충격적에게도 미국에는 이러한 복지가 아예 없거나 주별로 다 다르다고 한다. 가장 놀라웠던 건 미국은 출산 후 나라에서 따로 출산휴가를 오래 보장받지 못하기에 3,4개월 뒤에 바로 복직해서 6개월도 안된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기거나 내니를 구해서 맡겨놓고 출근하는 게 당연하다고 한다. 하지만 캐나다에선 이런 모습을 상상하기가 힘들다.
 

결론

결국 모든 것은 본인의 가치관과 추구하는 바가 가장 큰 것 같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높은 기회와 임금을 받을 수 있지만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캐나다는 조금 그런 면에선 뒤떨어지지만 비자나 신분에서 안정적인 게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높은 리스크를 갖더라도 성공하려면 미국으로 가는 것이 맞을 것 같고 조금 커리어적으로는 욕심을 포기한다면 캐나다도 좋은 선택이지 않을까 싶다. 두곳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이런 점들을 참고해서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Robert, C. (2021) Both the US and Canadian flags flying together [Photograph].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