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개발자 이야기

[캐나다 개발자] 캐나다 IT 회사의 연말 분위기

Since2015 2023. 2. 22. 11:51

이번에는 캐나다 IT 회사의 연말 회사 분위기는 어떤지 간단히 써 보려고 한다. 당연히 모든 회사가 다 그런 것은 아니고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와 이전 회사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적어 보는 것이니 참고하길 바란다.

회식 문화 

캐나다는 한국처럼 회식문화가 없기에 평소에 회사 사람들과 퇴근 후 술자리를 함께 한다거나 하는 것은 드물다. 퇴근 후 약속을 강제할 수 없을뿐더러 한국처럼 회식보다는 대부분 주중에 하루 팀 런치를 하는 정도로 하거나 정말 특별한 날 (일 년에 1,2번 정도)에나 저녁 장소를 잡고 모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도 100% 선택적이기에 미리 몇 주 전에 참석여부를 물어보고 갈 사람만 간다. 참석하지 않는다고 불이익이 있거나 분위기가 이상해지는 일도 없다. 그리고 우리 회사는 재택근무 비중이 높기도 하고 미국에서 일하는 친구들도 많아 오히려 오프라인으로 다 같이 모이는 일이 많지 않다. 그래서 가끔 우리팀의 경우는 Zoom으로 모여서 온라인 게임을 하며 각자 런치를 시켜먹는 식으로 하기도 한다. 또 우리 회사의 경우 작년에 다운타운 오피스를 다시 열었지만 나조차도 거의 손에 꼽을 정도로 갔기 때문에 모든 팀원들을 한 번에 다 만나는 게 매우 어렵다.

근데 이런 문화는 캐나다에서 회사를 다니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 중 하나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억지로 회식자리에 가기도 하고 빠지면 눈치 보이기 때문에 사실 불편했다. 참석을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의 북미 회사의 이런 분 위기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최고의 장점인 것 같다.

연말 파티 

보통 연말이 되면 회사에서 12월 중에 하루 날을 잡아서 연말 저녁 파티를 한다. 이건 회사마다 케바케고 분위기도 다르다. 대부분 연말 파티는 좀 특별한 Bar나 대규모 인원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잡고 한껏 차려입고 늦게까지 술 마시며 춤도 추고 네트워킹도 하는 그런 분위기의 자리이다. 보통 12월에는 휴가를 많이들 가기에 12월 초~중순쯤 하루 날짜를 잡는 다. 한국에선 다소 생소한 문화라 나는 사실 어색한 자리를 좋아하지 않아 잘 참석하지 않는 편이다. 이것도 참석할 사람들만 참석하는 파티라 약간 소위 회사안에서 사교를 좋아하는 인싸(?)들이 많이 가는 편인 것 같다.

연말 휴가와 회사 분위기 

우리 회사는 올해 크리스마스이브 전날인 12월 23일부터 1월 2일까지 문을 닫는다. 그래서 대부분 이 기간 전후로 개인 휴가를 쓰고 길게 휴가를 가는 편이다. 어떤 친구는 12월 통째로 쉬기도 하고 해외로 여행을 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1월 초까지 쉬는 사람도 있고 다양하다. 그래서 연말에는 일이 크게 바쁘지 않고 평소보다 느슨한 편이다. 왜냐면 주요 부서의 사람들도 많이 휴가를 가서 전반적으로 프로젝트 진행이 느리고 미팅들도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니라면 웬만하면 안 잡는 편 이다. 그리고 회사가 문을 닫는 주간 전후로는 릴리즈 일정 자체가 없다. 왜냐면 문제가 생기면 긴급히 처리할 사람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아예 문제 자체를 만들지 않는 쪽으로 하는게 안전하기 때문이다.

셀프 성과 평가 기간

반면 연말이 되면 우리 회사의 경우 스스로 성과평가 (Self Performance Review)를 작성해야 한다. 1년 동안 본인이 했던 일들을 되돌아보고 목표했던 것에 비해 얼마나 달성을 했는지, 뭘 잘했고, 뭘 못했는지 등을 정해진 폼에 입력을 해서 본인의 성적을 스스로 평가해서 제출해야 한다. 추가로 팀 동료들과 매니저에게도 평가를 또 받기 때문에 무조건 나만 다 좋게 쓴다고 좋게 나오는 게 아니다.

그 뒤 최종 결과를 다음 해 상반기쯤에 매니저와 1:1로 리뷰를 하면서 성적을 바탕으로 보너스를 받을 최종 금액이 결정된다. 올해는 이 회사로 이직하고 처음으로 1년을 풀로 다닌 해였기 때문에 좀 더 신경 써서 작성을 해야 할 것 같다. 항상 이 기 간에 많은 스트레스가 있지만 그래도 이걸 잘 마무리해야 내년 보너스나 승진에도 영향이 있다.

한국 회사에도 이런 평가 제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몇 년을 해보니 괜찮은 시스템인 것 같다. 본인이 잘한 성과를 요약해 어필할 수 있고 평소에 주변 동료들에게도 어떻게 보였는지 공정하게 서로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인맥이나 처세술에만 능하다고 해서는 절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이제 다음 주까지만 일하면 휴가에 들어가니 힘내서 올해를 잘 마무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