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개발자 이야기

[캐나다 개발자] 약 3년간의 재택근무 이야기

Since2015 2023. 2. 22. 12:00

이제 올해 3월이면 재택근무를 하게 된 지 3년이 되어 그동안의 일들과 재택을 하면서 느낀 재택근무의 장단점을 적어보기로 한다.

재택근무의 시작 

2020년 3월 16일, 캐나다 정부에서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COVID-19)를 막고자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기로 발표하면서 내가 당시 일하던 회사에도 전 직원에게 당분간 재택으로 당분간 일하라는 발표가 났다. 당시에는 뉴스에 만 코로나 이야기가 나왔고 캐나다에는 코로나가 심각하지도 않은 분위기여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지금도 생각나는 게 내 자리의 짐을 싸면서도 그 당시에는 당연히 몇 주 안에 다시 돌아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농담으로 옆에 있던 중국인 개발자 팀원에게 "우리 내년에 보자~" 하고 헤어졌는데 그게 대면으로 그 친구와 본 마지막이 날이 될 줄은 전혀 몰랐다.

어설픈 재택근무 초기 환경 

재택 초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에서 일을 할 것을 대비를 하지 않아서 책상이나 의자 모니터 등을 집에 갖추고 있지 않았기에 회사를 몇 번씩 오가며 의자나 모니터 등의 장비를 회사에서 빌려오기도 했다. 특히 이전 회사에서는 컴퓨터도 두대이고 그 이외의 개발에 필요한 디바이스들이 많이 필요했어서 상당히 공간을 많이 차지했다. 급한 대로 집에 있는 책상과 보조 테이블 등을 붙여서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이야 대부분 회사들이 재택을 하는 경우는 필요한 장비들을 아예 세트로 주문해서 집으로 배달해 주지만 그때는 당연히 임시로 일하게 될 것을 생각했으니 급한 대로 일단 대충 썼던 것 같다. 하우스에 사는 직원들은 그나마 공간이 있는 편이지만 콘도나 아파트에 사는 직원들은 당장 공간이 없어서 오피스에 출근 하면 안되냐고 물어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당시에는 회사들이 VPN을 이용해서 일하는 환경이 보편적으로 갖춰지지 않았기에 IT 팀에서도 VPN 관련 셋업과 관련 문제들을 해결해 준다고 오피스에서 예약제로 갔던 기억도 난다.

급증하는 이직 열풍 

재택근무를 시행한지 1년이 지난 뒤 2021년에는 특히 IT 회사들의 인력 확충이 엄청나게 증가하였다. 심지어 회사 오피스를 없애고 아예 100% 리모트로 운영하기로 발표하는 회사도 있었다.

또 코로나로 예전같이 대면으로 온사이트(Onsite) 인터뷰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100% 온라인으로만 인터뷰를 하고 사람을 뽑게 되었다. 그 덕에 회사들의 채용비용도 절감되기도 하고 구직하는 사람들도 재택을 하면서 눈치를 안 보고 인터뷰를 보기가 수월해진 탓에 많이들 이직을 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근무 중에 당연히 전화 인터뷰도 못 보기 때문에 따로 회사에 휴가를 내고 인터뷰 시간을 잡아야 했지만 재택을 하기에 30분 ~ 1시간 정도되는 스크리닝 인터뷰 정도는 점심시간이나 바쁘지 않은 선에서 충분히 보기가 편해졌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회사들의 구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회사 안에서도 퇴사자들이 점점 늘면서 나도 생각지도 않던 이직을 고려하게 되었고 결국 지금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재미있는 건 실제로 입사부터 퇴사할 때까지 얼굴을 한 번도 못 보고 또 다른회사로 이직하는 친구들도 있어서 가끔은 메타버스가 이런건가 싶을 때도 있었다.

하이브리드 근무환경으로 변경 

지금 회사로 이직 당시에는 당연히 재택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회사위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지금 회사는 토론토의 다운타운 (CN 타워 근처)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2022년에 정부에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하면서 우리 회사에서도 오피스를 열기 시작하고 근무형태를 하이브리드 형태로 변경했다. 작년에는 회사 오피스를 새로 연 뒤로 오리엔테이션이나 각종 이벤트로 필요에 따라서 회사에 3~4번 정도 출퇴근했다.

물론 강제로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을 아니고 순전히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앞으로도 갈 여지는 있는 것이라 지금은 100% 리모트라고 말할 순 없다.

만약 앞으로 IT 회사들이 재택근무를 점점 축소하고 오피스로 출근을 강제로 요구한다면 아마 나도 출퇴근을 해야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재택근무의 장단점 

3년 정도 재택으로 일하면서 느낀 게 개인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재택이 나에게 잘 맞는 것 같다. 특히 재택 시작하기 얼마 전에 첫째 아이를 낳고 최근에 둘째 아이까지 낳으면서 맞벌이로 육아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캐나다에 다른 가족이 없는 상황이라 재택을 하게 된 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장점 

- 출퇴근 시간 & 각종 비용 절약 

사실 다른 것보다 이 점 때문에 다시 출퇴근을 하기가 힘든 것 같다. 일단 지금 회사와 집까지의 거리는 대중교통으로 (편도)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이 전 회사 같은 경우는 다운타운이 아니라 차로 20분이면 갈 수 있어서 그나마 출퇴근을 해도 부담이 적었지만 현재 회사는 대중교통으로 다니기에 너무 불편하고 시간 소요가 많다. 또 차비, 식비도 일부는 지원을 받지만 어쨌든 엑스트라 비용이 발생하므로 때문에 비용으로는 손해이다.

그리고 출퇴근을 하면 외모나 복장에도 조금은 신경 써야 하지만 집에서는 매일 같은 옷만 입고 있어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것도 장점이다.

- 유연한 시간 활용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 급한 개인적인 용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평일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어서 좋다. 특히 아이가 아플 때나 아이를 픽업/드롭을 해야 하거나 하는 경우에는 매우 큰 장점이다.

병원 예약이 있는 날에도 출퇴근을 하는 경우는 하루를 쉬고 가기도 했지만 지금은 미리 팀에 알리고 빠진 만큼만 알아서 채우면 되기에 부담이 덜하다.

 

- 생산성 증가 

이건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나 같은 경우는 오피스에서 일할 때보다 집에서 일할 때 훨씬 능률이 좋은 것 같다. 가끔 출퇴근을 해보면 아무래도 동료들과 같이 앉아서 일하니 잡담하는 시간이나 소음 등 집중력에 방해되는 요인들이 있다. 그리고 출퇴근만으로도 일단 피로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집중력이 덜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단점 

- 퇴근시간이 불규칙 

몸은 편하지만 대신 일의 끝을 정하기 힘든 게 큰 단점인 것 같기도 하다. 요즘은 회사 차원에서 업무 후 연락을 하는 것을 최대한 못하게 하지만 예전에는 퇴근 후에도 급한 메시지가 오거나 하면 퇴근시간이 이후에도 답변을 안 하기도 애매한 경우가 있었다.

그날그날 매일 퇴근한다고 알리고 업무를 마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가끔 퇴근 시간 가까이 돼서 미팅이나 토론이 길어지는 경우는 끝맺고 나와야 맘이 편하기도 해서 퇴근시간이 가끔 오버되기도 한다. 그래도 이제는 사람들이 대략적인 출퇴근 시간을 서로 알기에 일부러 퇴근시간에는 미팅을 잡지 않는다.

- 오피스 공간을 차지 

이것도 어찌 보면 단점이라 할 수 있다. 책상을 하나 차지하므로 그만큼 집의 공간이 제약이 생긴다. 나도 그래서 둘째가 태어나고 나서는 책상을 안방으로 옮겨야만 했다.

- 체력 및 사회성 결여 

평소에 밖에 나가는 시간이 확연히 줄어들기 때문에 운동량이 줄어서 살도 찌고 체력이 저하된다. 이건 개인적으로 관리를 해줘야 되는 부분인 것 같다. 그래서 올해는 다시 억지로라도 운동을 시작해 보려고 한다.

또 성격 탓도 있지만 안 그래도 평소에 재택으로 가족 이외에는 만날 기회가 적어서 그런지 가끔 사람들을 만나도 대화거리가 적다. 예전에 오피스 출근할 때는 그래도 매일같이 밥 먹으며 이야기하고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기회조차도 드물다. 가족이나 친구도 그렇지만 아무래도 자주 만나야 친해지는 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