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개발자 이야기

한국 한달동안 생활한 뒤 느낀점들

Since2015 2023. 5. 27. 15:19

한국에 엊그제 온 것 같았는데 벌써 한국에 온 지 어느덧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생각하지 싫지만 이제 약 한 달 뒤면 다시 캐나다로 돌아가야 한다. 남은 한달동안 최대한 후회 없이 보내보려고 한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에 한 달 동안 살면서 느낀 점들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이는 절대로 한국을 비난하려는 게 아니고 순수하게 내가 캐나다에서 살다가 만약 지금 한국에 들어와서 똑같이 아이들과 살고 있다면 하는 생각에서 시작하는 것에서 보고 느끼는 점들을 두서없이 써보는 것이니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1. 편리한 외식과 비싼 장보기 비용

나는 한국에 온 뒤로 거의 집밥을 먹지 않고 매일 최소 두 끼 이상 외식을 하고 있다. 그동안 캐나다에서 먹기 힘들었던 한식들 위주로 최대한 많이 먹고 가려고 벼르고 왔기도 했고 외식비가 캐나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부가세 포함과 노팁) 부담 없이 매일 외식을 하고 있다. 외식비가 최근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올랐다고 해도 내가 예전에 왔을 때 보단 오르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저렴하다고 느낀다.
캐나다에서는 매일 같이 삼시 세끼 먹을 걱정을 하며 주말에 장을 보러 다니다가 끝나기 바빴기 때문에 지금 현재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다.
심지어 아이 이유식까지도 편하게 먹을 수 있게 저렴한 비용에 배달을 받을 수 있고 동네마다 대형 마트가 있으므로 부담 없이 필요할 때마다 들려서 조금씩 장을 보거나 온라인으로 주문을 해서 해결한다.
다만 외식비에 비해 마트에서 장 보는 물가는 생각보다 비싸서 깜짝 놀랄 때가 많다. 물건의 종류나 퀄리티는 당연히 한인마트에 비할바가 아니지만 체감 물가가 생각보다 비싸서 생각보다 한국생활도 맞벌이가 아니면 쉽지 않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2. 빠른 행정처리와 병원 이용

한국에 오자마자 첫 주에 볼일 볼것들이 많아서 언제 다 하나 걱정했는데 온 지 한주만에 밀린 일들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다. 은행, 아이 출생신고, 여권 신청 업무 등 모든 업무가 길어야 며칠 안에 다 끝났다. 캐나다에서 업무 볼 때마다 줄 서기 하다 한국에 오면 행정력은 정말 한국이 세계 최고라고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병원도 이번에 시민권자 된 이후 건강보험 없이 처음 이용하는 거여서 많이 병원비가 비싸면 어떡하지 하고 살짝 걱정했는데 비싸다고 해도 사실 캐나다에서 보험 없이 이용하는 거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한 편이고 퀄리티가 있어서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보통 진료비가 보험이 있으면 3-5천 원 정도 나온다면 비급여로 진료를 보면 1-2만 원 사이로 나오는 것 같았다. 약값도 비슷했다. 캐나다 클리닉에서 워크인으로 보험 없이 진료만 보는데 약 100불 정도 청구하는 것에 비하면 매우 저렴했다.
 
다만 한 가지 씁쓸한 점은 서비스 직을 하시는 분들이 너무 공송하고 미안할 정도로 친절하다. 오죽하면 자리마다 앞에 '지금 여러분 앞에 계신 분은 누군가의 사랑하는 딸, 존경하는 아빠, 소중한 가족입니다'라는 문구가 쓰여있을까 싶었다. 하도 진상을 부리거나 막말하는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니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스트레스가 많을 것 같다.
 

3. 아기 키우기에는 글쎄

이건 조금 민감한 주제지만 아내와 내가 둘 다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둘째가 아직 돌이 안 지나서 밖에 데리고 나가려면 유모차를 태워서 산책을 하거나 외출을 하면 기저귀를 갈아야 할 일이 생각보다 자주 있다. 그런데 확실히 한국이 유모차를 위한 환경이 열악한 것 같다. 인도에 턱이 많고 생각보다 엘리베이터로 연결이 안 되어 있거나 자동문이 없는 곳이 많아서 항상 유모차를 들고 이동하거나 아이만을 따로 안고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서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사람들이 유모차나 장애인을 먼저 배려하지 않는 것도 많이 느껴졌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유모차부터 우선으로 태워달라고 쓰여있음에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그나마 백화점이나 아이들이 많이 가는 식당이나 키즈 카페 같은 곳은 요즘 기저귀 갈이대를 설치한 곳을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화장실에서는 기저귀를 갈 수 없는 곳이 많아 난감할 때가 많다. 
요즘 저출산이 이슈가 많이 되고 있는데 육아에 필요한 금전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이런 사소한 것부터 바꾸고 아기들에 대한 사람들 인식이 바뀌어야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갖고 싶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4. 양보 없는 운전문화와 흔한 럭셔리 카

이것도 사실 원래 알고 있었지만 몇 번 운전할 일이 있어 운전하면서 더욱 체감하게 되었다. 내가 캐나다에서 하도 넓은 주차장과 단순한 도로위주로 운전을 하다 보니 익숙한 탓도 있겠지만 한국에서 운전하는 것은 참 긴장되고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다. 어떻게 다들 아무렇지 않게 매일 운전하는지 싶을 정도로 끼어들기나 클락션이 너무 길거리에서 자주 들린다. 
내비게이션이 길을 늦게 알려줘서 끼어들어야 하거나 직진차선에서 갑자기 좌회전으로 차선이 변경되는 일이 있을 때 차선을 변경하려고 하면 정말이지 초보운전자가 된 것 마냥 끼어들기가 상당히 어렵고 여기저기서 빵빵된다. 
그리고 보행자로서 신호등을 지나갈 때도 차들이 생각보다 서행을 하지 않고 여기저기서 확 나오는 상황이 많아 (특히 오토바이..) 정말 신중히 좌우를 살피고 건너게 된다. 이건 정말 아이를 잠깐 동네에서 데리고 다닐 때 사고가 생길 것 같아 조마조마하다.
 
그와 별개로 도로에 럭셔리 카들이 정말 많이 보여서 인상 깊었다. 물론 캐나다도 길에서 쉽게 좋은 차들을 만날 수 있지만 한국인들이 다들 잘 사는 건지 흔하게 제네시스, BMW, 벤츠 등 좋은 차들이 예전보다도 흔하게 보이고 내 주변 사람들도 실제로 많이 타고 있었다. 얼마 전에 한국이 벤츠 S클래스 구매수가 유럽보다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진짜 한국에 잘 사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5. 서울이 아니어도 살기 좋은 여러 도시들

첫 한 달 동안은 일정상 서울에는 건강 검진 때문에 딱 한 번 가보고 처가와 본가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도 캐나다 GTA에서 와서 그런지 대부분 큰 도시(광역시)들이어서 딱히 크게 불편한 점은 느끼지 못했다. 캐나다에서는 토론토만 봐도 다른 GTA도시들과의 인프라 차이가 제법 나서 토론토에서 점점 멀어지면 살기 불편하지만 한국에서는 직장만 아니면 서울에서 살지 않아도 크게 불편한 점이 없겠다고 느껴졌다. 그럼에도 서울에 인구가 집중되어 발전되는 현상이 있는 것이 조금 아쉽다고 생각한다. 
 
남은 한 달은 그동안 미뤄뒀던 약속들을 위해 서울에서 시간을 많이 보낼 것 같은데 서울에 자주 왔다 갔다 하면서 느끼는 점은 나중에 따로 정리해 보겠다.
 

6. 필수인 휴대폰 본인인증 

예전보다 심해진것 같다고 느낀 점 중에 하나가 휴대폰 본인인증이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포인트 적립 또는 문자 안내를 위해 휴대폰 번호를 당연히 필수로 요구하고 웹사이트 이용이나 결제 시에도 휴대폰 본인인증이 안되면 거의 이용하기가 불가능하다. 외국인으로 생활하니 정말 더 불편하고 난감할 때가 많다. 외국처럼 본인인증을 위해 이메일이나 다른 인증 방법을 선택할 수 없는지 이해가 안 된다. 신분증이 있더라도 휴대폰 인증때문이라도 나중에 거소증을 만들어야 하나 싶다. 휴대폰 없는 한국사람은 도대체 불편해서 어떻게 사는 건지 궁금해졌다.